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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소리에 놀란 개에 대하여.

  날씨가 안 좋다. 안 좋은 정도를 떠나서 미쳤다. 광풍이 몰아치고 비가 쏟아진다. 천둥, 번개가 1분에 열댓번은 치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아주 약간 시원해서 좋긴 한데,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렇게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별이가 겁을 먹고 패닉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별이는 새끼 때 사무실에 혼자 방치되면서 혼자서 다른 건 다 견뎌냈지만 천둥 번개 소리만은 극복 못 한 것 같다. 내가 꽉 안고서 달래줘도 귀를 막아줘도 아무 소용이 없다. 듣기로는 개의 이런 심리적 불안정을 치료하는 방법은 '이런 상황이 닥쳐도 너에겐 아무리 위험도 닥치지 않아.'라는 걸 인식시켜주면 된다고 하는데, 별이는 아직도 천둥 소리가 자기를 잡아 먹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그래도 예전엔 천둥 치는 날이면 화장실 구석으로 가서 떨곤 했는데, 요즘은 화장실 구석으로 숨지는 않으니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하여튼 천둥 치는 날마다 별이가 너무 불쌍하다. 별이의 이 불안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뭐 없을까나?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별이보다 청력이 월등히 좋아 보이는 댕이는 천둥이 치거나 말거나 평화로운데 별이는 벌벌 떠는 것을 보고 있자면 인간이나 개나 유아기의 심리적 안정이 평생을 좌우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