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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슬기사람

내가 거쳐 온 SNS 및 메신져들, 근데 쓰다보니 일장연설.

  내가 처음으로 쓴 메신져는 '드림위즈 지니'였다. 얼핏 기억하기로 고등학교 2학년 때 부터 사용했던 것 같다. 내 주력 메일이 dreamwiz인 이유도 다 지니 때문이다. 지니의 경쟁 상대로는 대표적으로 버디버디가 있었는데 그 때도 '버디버디는 초딩들이나 쓰는 메신져'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나도 고작 고ㅋ딩ㅋ. 당시에 지니가 어느정도 대세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지니를 썼었다. 아마 이 때가 드림위즈가 제일 잘 나갔던 시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던 중 지니의 인기에 자신감을 얻은 드림위즈는 지니에 대대적인 개편의 손길을 가한다. 지금 기억나는 바로는 메신져 인터페이스에 대격변이 (병신같은 방향으로) 일어났었고, 처음으로 메시져에 끼워져 나오는 광고도 출현했었다. 사실 지금의 네이트온에 비교하면 그 때 지니에 나오는 광고는 새발의 피 였지만 인터넷 배너 광고가 대중화 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천하의 꼴불견이었고, 지니는 돈에 눈이 먼 회사에서 만든 메신져로 낙인 찍히기에 충분했다. 이를 계기에 지니 이용자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니의 전성기는 고작 2년 남짓 이었구나.
  당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이동한 곳은 'MSN 메신져'였다. 한마디로 고등학생 때 지니를 쓰다가 대학생이 되서 MSN을 쓰게 됐다. 왜 MSN이였냐 하면, 당시 MSN은 발빠르게 지니 이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지니와의 연동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즉 MSN 메신져로 로그인 하면 기존 지니의 대화 상대와도 대화가 가능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니 누가인터페이스 후지고 광고 나오는 지니를 쓰겠는가? 다 MSN으로 이동한다. 그 이후 지니는 잊혀졌고, 얼마 전에 급기야 서비스를 중지했다. 
  그 때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등장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니홈피가 정확히 언제 처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초로 알고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 때 미니홈피를 만들었으니까. 미니홈피의 '일촌'이라는 개념은 급격히 폐쇄적으로 변해가던 인터넷 인맥을 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 나의 소중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랑 싸이 일촌 맺을래?'는 상징적으로 '너랑 친구고 되고 싶어.'로 이해해도 될 정도로 '서먹서먹한 사이에서 급친구로의 관계 발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때 까지도 메신져는 MSN이 대세였다.
  그렇게 나는 메신져는 MSN,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싸이월드를 사용하다가 군대를 간다(...). 그리고 휴가를 나와서 MSN 메신져에 들어갔는데, 애들 대화명의 요지가 전부 '나도 이제 네이트온 쓴다.'였다. 그러니 별 수 있나, 나도 네이트온을 쓰기 시작했다. MSN이 지니를 집어삼킬 때 그랬던 것처럼 네이트온도 초창기엔 MSN 연동기능을 지원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MSN으로 네이트온을 연동하는 것도 가능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론 네이트온의 완승이었다. 이유인즉슨 네이트온이 2003년에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연동기능을 제공했기 때문.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며 인터넷 세상을 장악해 나갔다.(그리고 결국은 한 몸이 됐지;) 그리고 놀랍게도 아직까지도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는 대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내가 그제 싸이월드, 네이트를 탈퇴했는데 그러고나니 인터넷상에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질 정도로 대세다.
   물론 각종 블로그 서비스와 최근엔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 이 나오긴 했지만 그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없는 기능을 제공할 뿐이지 미니홈피의 대체품이 될 수는 없다. 블로그는 전파성이 강하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지만, 연예인급 유명인이 아닌이상 블로그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일촌 공개'처럼 소소한 일상을 담는 그릇이될 수는 없다. 트위터는 써보면 알겠지만 텍스트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을 만한 공간이 없는 단문 서비스일 뿐더러 팔로워가 없으면 트위터 활동은 단지 헛지랄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트위터는 쓰는 의의가 없다.
  쓰다 보니 싸이월드 찬양글이 되어 버렸는데, 그 만큼 싸이월드는 한국인 특유의 '너에게만 보여주는 건데.....' 심리를 잘 이용한 훌륭한 SNS다. 오죽 좋지 않았다면 어떻게 5년 넘게 대세를 지켜올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런 싸이월드가 얼마 전 SNS에 그치지 않고 포탈화를 선언했다. 그 과정에서 네이트와 통합됐으며, SK컴즈가 본격적인 좌지우지를 시작했다. 사실 네이트가 포탈 1인자라는 가당치는 않은 꿈을 꿀 수 있게 만든 책임은 네이버의 자폭에 있다. 네이버는 일단 뉴스 상세보기를 각 언론사 링크로 돌리면서 뉴스페이지 흥행을 포기했으며, 한나라당 알바를 대량 초대함으로서 댓글 토론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최근엔 검색 결과 보는 형식까지 병맛나게 바꿈으로서 왕좌를 스스로 깨부수고 있다.   
  하여튼 SK컴즈가 네이트+싸이월드로 포탈+SNS 1인자를 노리는 과정에서 몇몇 무리수가 등장했는데, 네이트온을 실행하면 강제로 네이트 메인이 새 창으로 뜬다던가. (욕 좀 먹더니 끄기 기능 제공.) 물가를 올린다던가. (다운 받아 지지도 않는 BGM가격 100원 인상. 원래는 500원 이었음. 싸이 도토리 최소 충전 금액은 1000원. 옛날엔 1000원 충전하고 BGM 2곡 사면 딱 0원으로 떨어졌는데, 이제는 한 곡 사면 400원이라는 어디 갖다 붙이기도 애매한 금액이 남음) 또는 네이트온 메신져의 사방팔광에 온갖 함정 광고가 뜨게 만든다던가. 스킨을 사용하지 않은 미니홈피에 강제로 미니홈피 꾸미기 상품 광고가 뜬다던가. 등등등..... SK컴즈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업데이트를 마음놓고 할 수 있었던 것은 미니홈피와 네이트온 이라는 인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마디로 이용자의 추억과 인맥을 인질로 잡고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나는 참아줬다. 그냥  좀 짜증나는 건 감수하면 되고, 도토리는 애초에 1년에 20개나 살까 말까 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런 내가 최근 인내의 끈을 놓고 근 7년 동안 써왔던 싸이월드, 네이트를 탈퇴했다. 굳이 내가 설명할 필요도 없는 MAC 수집 사건 때문이다. SK컴즈는 MAC 수집 정책을 취소 하겠다고 했지만, 못 믿는 사람은 나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