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MAC 주소 수집 사건이 뭔지는 내가 굳이 설명 안하겠다. 모르면 네이버에서 검색 ㄱㄱ. 여튼 이 사건으로 네이트&싸이월드를 등진 사람이 있었고, 나도 그 중 하나다.
만약 저 일이 없었다면 내가 자진해서 싸이월드 블로그를 없앨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거슬리는 것은, 몇몇 '네트워크 전문가'들의 이 사건에 대한 포스팅이다. 요지를 말하자면 'MAC 주소는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중요한 정보가 아니며, 알아봐야 개
인 정보 수집은 커녕 해킹 조차도 못 한다. 이번 MAC 주소 수집 사건으로 인해 싸이월드를 탈퇴한 한심한 사람들은 그저 헛소문에 놀아난 것 뿐이다. ㅉㅉㅉ. 으이구 불쌍!'이
될 것이다. 저런 포스팅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하다 못해 싸이월드 블로그에라도 써져 있었으면 그러려니 할텐데 모조리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이다. 뭐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
라.
사실 이번 사건의 담론은 '네이트의 MAC주소 수집 정책의 위험성은?'이 아니라 '네이트의 공지는 왜 그따구인가?'가 맞을것이다. 만약 네이트가 처음부터 공지에
MAC 주소에 대한 정보를 네트워크에 문외한인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정도'만 제공하고, 그 공지를 일주일간 네이트 메인 한 가운데에 띄워서 찬반 투표를 했었다면 애초에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트는 공지에 MAC 주소에 대한 정보를 단 한 글자도 써놓지 않았고, 그나마 그 공지도 네이트에서 제일 후미진(?) 곳에 개미똥구멍만한 크기
로 걸어놨었다. 덕분에 약2500만명의 네이트 회원 중 사건이 터지기 전에 그 공지를 본 사람은 2만여명 정도였다.
'중요한 정책 스리슬쩍 변경 시도' -> '반발' -> '개무시' -> '대폭발'의 구조를 가진 사건 중 하나를 굳이 꼽자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사태가 될 것이다. 과연 그 때 거리로 나
갔던 사람들 중 진심으로 '미국산 쇠고기는 먹으면 즉사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그런 중요한 결정을 국민 동의 없이 결론 지은 정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었다. 자, 그럼 과연 최근에 네이트&싸이월드 탈퇴 한 사람 중에 'MAC 주소 노출되면 무조건 개인 정보 유출되니까!'라고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르응?
나라의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 나라로 이민 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기업의 정책이 마음에 안 들 때 그 기업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너무도 쉽다. 그것은 소비자
의 권리이자 어떤 의미론 의무이기도 하다. SK컴즈는 대충 쓴 공지 한 번으로 신뢰를 잃었고, 나는 그들에게서 떠났다.
물론 사건이 너무 커지기 전에 SK컴즈는 재빨리 MAC주소 수집 정책을 취소했지만, 사실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다. 이미 신뢰를 잃었으니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없으리란
법이 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적어도 나는 저런 생각으로 7년간 꾸려 온 싸이월드를 3일간 차곡차곡 정리한 후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탈퇴했다.
'싸이월드 탈퇴한 자들은 네트워크의 기본도 모르는 멍충이들'이라는 요지의 글에 도발되서 쓴 글인데 쓰다보니 보기에 따라 부적절한(.....) 예시를 쓰게 되서 뒤틀린 시선으로
보면 물타기가 될 것 같아 좀 불안하긴한데...... 예시를 써놓고 보니 우리나라 기업의 일처리 방식이 자꾸 정권 닮아 가는 것 같아서 소름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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